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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겐네사렛호숫가에 자리한 탑가

예수와 혹 동조하거나 강권 행사를 꺼리는 의원들에게는 틀림없이 소집령을 전하지 않아, 니코데모 같은 이는 이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증인도 두 사람씩 준비시켜야 하는 터에 부득이 몹시 서두르다 보니 재판 준비가 허술했던 듯합니다. 하기야 막강한 대사제들은 수하에 자기네 뜻대로 그런 증인 노릇을 거침없이 시킬 만한 자들을 얼마든지 거느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에 있어서는 그 증인 등장이라는 것이 빗나갔습니다. 여러 쌍의 증인이 차례로 등자했지만 그들이 예수를 거슬러 한 말들은 서로 맞지가 않았습니다. 복음서에 뚜렷이 언급된 마지막으로 나선 한 쌍의 증인도 성전 파괴 운운하며 예수를 고발했으나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렇게 되다 보니 재판은 극히 곤혹스러운 고비에 이릅니다. 증인들이 실패하면 유다인인 피고는 석방되어야 합니다. 

 이에 카야파가 일어나 피고에게 직접 말을 겁니다. 이자들의 증언에 당신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의 침묵의 뜻은 뚜렷합니다. 당신의 내게 물을 어떠한 권한도 없으니, 증인들에게 물으시오. 그러자 이제 중차대한 장면이 벌어집니다. 살아 계신 하느님 앞에서 명령하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 메시아인지 밝히시오. 이 극적인 순간, 정치적인 의미에서 결코 메시아로 여겨질 수 없는 사슬에 묶인, 예수가 침묵을 깨고 말합니다. 당신이 그렇게 말하였소. 이제부터 너희는 사람의 아들이 전능하신 분의 오른쪽에 앉아 있는 것과 하늘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볼 것이오. 여기서 예수는 뚜렷이 신적인 품격을 밝힙니다. 하늘의 구름은 영원자의 지존한 품격의 상징입니다. 이렇게 하여 예수는 독신죄로 사형 언도를 받습니다. 

 두 번째 극적인 장면은 빌라도 앞에서 벌어집니다. 빌라도는 예수가 어떠한 정치적 위험 인물로 아님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예수살렘의 권력자들이 전혀 다른 이유로 예수를 제거하려 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뿐더러 그는 최고의회와는 적대적인 사이였습니다. 다른 사료들에 의하면 유다인들을 미워하던 본시오 빌라도는 이미 선수를 쳤었습니다. 심문을 마치고 나온 그는 나는 이 사람에게서 아무런 죄목도 찾지 못하겠고 하고 선언합니다. 이 말 자체로 보면 석방 판결로 끝나는 로마식 재판의 폐정 선언을 뜻합니다. 귀결은 또 다시 칼날 위에 놓였는데 빌라도는 속으로 두렵습니다. 유다인 봉기 선동자를 그냥 풀어 주었다는 문책을 로마로부터 받기 쉬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국 가장 민감한 점을 짚으며 묻습니다. 아무튼 당신은 임금이라는 말이오. 누구든 임금을 지칭하기만 하면 죽어야 하는 법입니다. 예수는 또다시 자숙을 단호히 버리고 말합니다. 그렇소, 나는 임금이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태어났소. 빌라도는 이 사람의 나라가 이 세상의 것이 아님을 압니다. 하지만 그 위험한 단어가 나온 건 사실입니다. 임금을 자칭하는 자를 풀어 주었다는 것이 로마에 알려진다면 티베리우스 황제의 용서는 있을 수 없었습니다. 예수가 발설한 임금이라는 말이 종당은 빌라도로 하여금 양보하게 하는 결정적인 동기였습니다. 그것은 죽음을 의미했습니다. 

우리가 비단 기억으로뿐 아니라 신앙으로 깊이 간직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점입니다. 예수가 죽음을 맞은 것은 그의 신비스러운 품격과 구세주로서의 직무와 자신의 본연을 가리키는 신적인 상징을 당신 것으로 주장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복음사가 모두가 확언하는 바입니다. 우리들도 기도할 때 이를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여, 우리는 주님을 경배하며 찬미하나이다. 우리로 하여금 꿇어 흠숭하게 하는 이 존엄을 그는 고백하였고 죽음으로써 확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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