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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가정의 식품 저장

동석기 시대부터는 지하저장고와 곡물창고가 두루 쓰였으며, 즐그릇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식품 저장에 획기적인 진보였습니다. 이것은 쉽게 덮고 움직이는 등 용도에 따라 여러 모양과 크기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부족의 정착과 가장 연관이 깊은, 주둥이에 둥근 테를 두른 항아리는 물, 올리브 기름, 포도주를 보관하는데 사용했습니다. 250-1800리터를 담을 수 있는 피토이라고 하는 큰 독은 이미 동석기 시대부터 곡식을 저장하는 데 사용되었으며, 나중에 먹으려고 말려둔 건조 식품들은 각종 크기의 항아리에 저장했습니다. 

 1800리터가 들어가는 아주 큰 독도 발견되었는데, 큰독은 정착생활을 했다는 표시입니다. 대개 유목민들은 어깨에 올려놓을 수 있고 짐승들이 나르기 편한 크기의 항아리를 사용했습니다. 1사무 16,11에 나오는 물병과 1열왕 17,14에 나오는 기름병은 오늘날 수통처럼 허리띠에 부착할 수 있도록 한 면을 납작하게 만든 것입니다. 

 식품을 보존하는 작은 항아리들은 훔쳐가지 못하도록 집 안에 두었습니다. 마태 5,15는 이러한 관습을 증명해 줍니다. 

 

"등불은 켜서 함지 속이 아니라 등경 위에 놓는다." 부셀을 히브리어로 에파이며, 곡식 22리터들이 계량 됫박입니다. 

곡물은 주로 독에 저장했습니다. 갖가지 말린 채소나 과일도 집 안에 보관했습니다. 집에 식품을 보관하는 관습에 대한 또 다른 증거가 바빌로니아 탈무드에 나옵니다. 한 사람이 관리인에게 말했다. 밀을 이층 내 침실로 가져오너라. 밀에는 소금기가 있는 모래흙을 섞어야 합니다. 

 질그릇에는 상하기 쉬운 액체를 저장하기도 했습니다. 기원전 2900년경에는 우유를 저장하는 특별한 용기 제작 기술이 발달했습니다. 성경 시대에는 흔히 우유를 가죽부대에 보관했습니다. 탈무드는 우유에 독사가 들어가지 않도록 항아리에 담아 뚜껑을 덮어 집에 보관하라고 권했습니다. 

"잊어버리고 물이나 포도주 또는 우유가 상할 수 있는 것처럼 성경 말씀도 잊어버릴 수 있다"며 식품 저장을 비유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포도주 독은 평균 350리터들이었습니다. 

 일반 가정에서는 마당에 커다란 물독을 두어 물을 채웠습니다. 정결례에 사용하는 물은 돌 항아리에 담았는데, 돌은 불결한 것이 침투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돌 항아리에 포도주를 넣고 불순물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타르로 안쪽을 바르고 짚과 진흙을 섞어 만든 코르크로 마개를 막아 저장했습니다. 식초 기름 꿀도 항아리에 넣었습니다. 사람이 들어갈 만큼 큰 독도 있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기원전 4세기경 그리스 철학자인 시노프의 디오게네스는 커다란 독 속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도기를 빚을 때 물레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약 4천 년전부터입니다. 질그릇 장식도 매우 훌륭했고 디자인도 지역마다 달랐습니다. 상업이 번창한 도시 사람들은 도기를 수입했는데, 어떤 지하저장소에서 발견된 외제 도기는 관계와 문화 교류의 양을 보여줍니다. 이즈르엘 계곡에 있는 므끼또에서는 흰색 선이나 물결무늬가 그려진 기원전 3천 년경의 시리아산 주전자가 발견되었습니다. 이스라엘 북쪽 훌라 계곡의 텔 아나파 발굴에서는 로마 시대 것으로 보이는 럽고 잡작한 팬 조각들이 많이 발견되었는데, 이것은 로마식 키시인 파티네를 만들 때 사용했던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