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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성경 시대의 식품 보관

만족스러운 한 해였습니다. 땅은 부드러워 쟁기질하기도 좋았고 씨는 힘들이지 않고 뿌리를 내려 싹을 틔웠습니다. 비도 제때에 내렸고 수확도 풍성했습니다. 

 그러나 긴 기간 동안 이집트가 겪을 재난 대비책에 관한 요셉 이야기에는 농부 개인뿐 아니라 마을 전체, 아니 온 나라의 존망이 달린 문제가 남아 있었습니다. 가뭄에 이어 기근과 전쟁과 역병이 닥쳤고, 계속된 자연재해로 식품을 공급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식품을 신선하게 보관해서 위급할 때 사용하느냐 하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성경은 요셉이 7년의 풍년과 7년의 흉년을 상징하는 파라오의 꿈을 해석한 것과 각 처에 창고를 지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줍니다. 

 옛 사람들은 살 집을 마련하기 전에 먼저 곡식 창고를 지었는데, 우선 구덩이를 파고 돌멩이로 그 안을 둘러쌓았습니다. 이런 구덩이가 요르단 계곡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것은 세계 최초의 도시 예리코보다 몇천 년 앞선 것으로 둥근 주거지의 바닥을 판 것이었습니다. 

 돌로 쌓은 저장고가 고대 가나안인들의 도시 아랏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비슷한 구덩이들이 단과 하초르와 라키스에도 있는데, 이것으로 그때까지도 유목민이었던 이스라엘인들이 언제 약속의 땅에 들어왔는지 추정할 수 있습니다. 

 아마겟돈 지역인 므기또의 저장고는 이스라엘 왕조시대의 것으로 약 45만리터를 저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 엄청난 크기로 보아 공동용이었을 것으로 보이며 인근 마을에서 가져온 곡식을 저장하고, 왕에게 세금으로 바치거나 내륙지방이 침략을 받았을 때 성안으로 피난 올 사람들을 대비해 비축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고고학자들은 므기또에서 뚜껑이 없는 지하저장고를 발굴했습니다. 기원전 3000년 것으로 보이는, 뚜껑이 없어 비능률적인 지하저장고가 북부 이집트의 무덤에서 발견되었는데, 이것은 므기또의 저장고보다 훨씬 오래된 것입니다. 그 이집트 곡물창고는 정방향의 안마당 세 면에 나란히 판12개의 둥근 구덩이로, 잘 맞는 뚜껑으로 덮었습니다. 

 최근 예루살렘 근처 못짜에서 36개의 지하저장고가 발굴되었습니다. 땅에 구덩이를 파고 돌멩이로 벽을 쌓아올린 것인데, 깊이가 2미터, 너비가 1.5미터가 되는 것도 있습니다. 못짜는 예루살렘과 그 근방 곡물 공급의 주요 거점이었을 것입니다. 

 구덩이를 파 모양을 만들고, 곡식을 모아 도시로 옮기는 일에는 여러 조직이 필요했습니다. 다양한 일꾼을 고용하여 주거를 제공하여 품삯을 줘야 했습니다. 부릴 짐승과 수레를 함께 계약해야 했고, 곡물이 잘 도착하게 하고 또 그 곡물을 지키기 위해 경비원들도 고용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업무를 기록하기 위해 복잡한 상징 수단이 요구되었습니다. 상형 문자가 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며, 쓰기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은 바로 이러한 목적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지하저장고에 곡물을 저장했다 해도 40퍼센트 정도는 곰팡이가 슬거나 설치류가 먹어치웠을 것이라고 합니다. 오늘날엔 찬장과 식품 저장실, 냉동실과 냉장고, 드라이아이스와 스티로폼 같은 식품 보존 방법이 많지만 고대인들은 먹을 수 있는 곡식이 얼마나 남았느냐 하는 문제로 굶주려 죽느냐, 살아남느냐가 결정됐습니다. (예수 시대의 한 기록에는 이웃과 함께 식품을 보관하는 사람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손실도 늘 것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성전에는 규모가 큰 식품 저장고가 필요했는데 그 크기가 작은 성읍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