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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온갖 푸른 풀을 양식으로- 푸성귀

세세대대로 예술과 문학은 지상낙원을 모자라는 것이 없으며 모든 것이 풍부하고 평화가 넘쳐흐르는 곳으로 묘사하지만 채소는 최고 품목에 속하지 않았습니다. 

채소를 가장 천한 식품으로 홀대한 것은 후대 자료인 바빌로니아 탈무드에 잘 나타납니다. "한 남자가 어떤 사람 집에 묵게 되면 첫째 날에는 닭을, 둘째 날에는 생선을, 셋째 날에는 고기를, 넷째 날엔 콩을 그리고 그 다음부터 푸성귀를 대접받게 될 것입니다.(오늘날과는 달리 예수 시대에는 닭이 귀했습니다. 닭고기는 4세기까지 고기보다 고급으로 쳤습니다.) 

 

다니 1,8-15에도 등장하는 오이와 수박과 부추와 파와 마늘 같은 채소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떠나온 후 그리워하던 품목 가운데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다니엘과 그 친구들은 채소만 먹고도 엄선된 음식과 술을 먹은 이들보다 더 살이 올랐습니다. 예수 시대만 해도 채소는 중요한 먹을거리였습니다. 채소밭이 없는 성읍에 사는 것을 금한다고 바빌로니아 탈무드는 말합니다. 

음식 특히 지중해 음식을 만들 때 토마토, 가지, 풋고추, 빨간 고추, 감자를 빼놓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성경의 조상들은 이러한 채소들이 있는지조차 몰랐습니다. 훨씬 후대에 외국에서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지중해 연안에서는 오이가 별로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성경에 나오는 오이는 서양호박에 더 가까웠을 것입니다. 

 

푸성귀의 종류 

푸성귀는 밭에서 나는 것과 들에서 나는 것, 나물 또는 허브로 구별됩니다. 오늘날 들에서 나는 갖가지 푸성귀는 한낱 풀이나 잡초로 치부됩니다. 그중에는 아욱, 갯능쟁이, 아루굴라가 있습니다. 몇몇 학자들은 욥기 6,6에 나오는 간이 맞지 않는 음식을 아욱으로 봅니다. 성경은 빨리 자라고 빨리 시드는 풀이 죽음을 상징한다고 봤습니다. 욥기에서 짠나물로 나오는 오라흐, 곧 갯능쟁이는 열매를 맺으며 대개 사막에서 자랍니다. 잎에 다량의 소금을 함유하고 있어 사막에 사는 동물들이 염분을 보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예루살렘 성전이 있던 자리에서 조그마한 갯능쟁이 밭이 발견되었는데, 이것은 당시 이것을 옮겨다 가꾸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쓴나물처럼 들에서 나는 갖가지 채소가 파스카 양과 함께 상에 올랐습니다. 고대 주석가들은 들에서 자라는 푸성귀들을 쓴나물로 사용해도 좋다고 했습니다. 그 중에는 치커리와 시홀리라고 하는 미나릿과 식물도 있었습니다. 이 식물은 한창 자라는 겨울철에는 단맛이 나지만 파스카 때쯤 되면 맛이 써져서 파스카 음식으로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 나물을 한동안 달콤한 시간을 보내다가 노예생활의 쓴맛을 보게 된 이스라엘 백성을 상징한다고 보았습니다. 

 

예수 시대 자료에 나오는 채소 요리와 여러 채소에 대한 다양한 언급을 보면 예수께서도 채소를 잡수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신약성경에는 로마 14,2에만 언급하는데 여기서 바오로는 새로 그리스도인이 된 사람들이 당면한 음식 규정에 대해 말합니다. 어떤 이들은 우상숭배를 위해 준비한 고기는 먹지 않고 채소만 먹었다고 합니다. 

 

기타 푸성귀들 

푸성귀 가운데 루카 11,42에는 박하와 운향과 모든 채소가 나옵니다. 사탕무도 식단에 있었습니다. 사탕무는 가난한 이들의 음식이었지만 고기 요리에 넣으면 맛이 한결 좋아졌습니다. 고기 맛을 내는 데는 중세기 때 십자군이 유럽으로 들여온 파를 따를 것이 없었습니다. 고대 필리스티아 도시 아스클론 근처에서 잘 자라 에스켈리온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여기에서 스켈리온이 파생되었습니다. 

 

유다인들이 마늘을 애호하는 것에 대해 로마인들은 여러 책에서 마늘을 먹는 민족이라고 기록했습니다. 탈무드는 일상 식품인 마늘을 넣은 여러 요리에 대해 말하며 최음제로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여호 15,38에는 유다 서쪽 산 아래 작은 언덕에 있는 딜안이라는 성읍이 나옵니다. 언어학자들은 이 말의 어원이 호리병박을 가리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호리병박은 오랫동안 고대근동지역에서 자랐는데, 그 씨가 기원전 3000년경 이집트인의 무덤에서 발견되었습니다. 호리병박은 처음에는 먹을거리로가 아니라 그릇으로 사용하기 위해 재배했습니다. 

2열왕 4,39-40을 보면 예언자 엘리사는 호리병박에 밀가루를 넣고 만드는 요리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예언자들이 들에서 따온 포도나 호리병박을 솥에 넣는 것을 보며 솥 안에 죽음이 있다고 소리친 것은 호리병박의 학명이 시트룰루스 콜로신티스로 독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호리병박은 하제로도 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