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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대추야자와 무화과

대추야자로 만든 음식 

바비로니아 탈무드 '샤바트'의 주석에 따르면 고대에는 있는 재료로 만들어 먹는 음식 가운데 대추야자가 끼어 있었다고 합니다. 갑자기 손님이 들이닥치면 집에 있는 호두나 대추야자를 내놓았습니다. 댜추야자 죽은 늘 먹는 음식이었지만, 잘 간수하지 않으면 상하기 쉬워 안식일에 먹기에 바람직하지 않았습니다. 대추야자 요리에 맛을 더하기 위해 꿀 호두 아몬드 계피 후추 생강을 넣기도 했습니다. 

성지의 정복자 로마인들은 대추야자를 성지의 상징으로 삼았습니다. 그들은 기원전 70년 로마에 대한 유다인들의 항거를 진압한 것을 기념하여 대추야자나무가 새겨진 동전을 주조하여 유다 평정이라 쓰고, 나무 밑에 앉아 있는 여인 뒤에 로마 병사가 서 있는 모습을 새겨 넣었습니다. 물과 대추야자는 죽음에 대한 승리와 생명을 상징합니다. 요한 12,13은 예수께서 성지주일에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셨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그분을 맞으러" 나갔다고 합니다. 대추야자와 생명은 무슨 연관이 있을까? 건기가 찾아오면 사막의 여행자들에게 멀리서도 보이는 키가 큰 대추야자나무가 있는 오아시스는 물이 가까이 있다는 표시로 목마르고 지친 여행자들에게 생명을 보장해 주었습니다. 

대추야자나무는 영적 생명의 상징으로 제1성전에 새겨졌고 고대 유다교 회당과 현대 장식에서도 자주 볼 수 있으며 에제키엘 예언자의 환시에도 나옵니다. 시편 92,13은 의인은 야자나무처럼 돋아난다고 합니다. 

 

민수기 주석서 바미드마르 랍바에서 유다 현인들은 어떤 것은 날것이, 어떤 것은 저장한 것이 더 맛있다고 기록합니다. 그들은 공동체 문제를 대추야자의 특성을 들어 말했습니다. 배운 이든 율법에 밝지 못한 이든 시골사람이든 그들 가운데에는 저장할 수 없을 만큼 물러빠진 대추야자 같은이가 있는가 하면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잘 익은 열매 같은 이도 있습니다. 이스라엘도 이와 같아서 어떤 이는 땅에 들어가고 어떤 이는 들어가지 못합니다. 

히브리어로 룰라브라고 하는, 아직 잎이 피지 않아 마치 칼처럼 날카로운 모양을 하고 있는 대추야자나무 잎은 초막절에 필요한 네 가지 재료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옛 사람들이 초막을 짓는 재료 중 하나로 대추야자 잎을 택한 이유는 인간의 등뼈와 닮았기 때문입니다. 꼿꼿이 서있는 대추야자나무는 바람직하고 올곧은 사람을 상징합니다. 

미드라쉬 랍바 창세기 주석서가 의인을 키가 큰 대추야자나무로 비유하는 까닭은 종려나무와 송백나무의 심이 하늘을 향해 있듯이 의인의 마음도 거룩하신 분을 향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부정적인 암시도 있습니다. 어떤 대추야자나무는 산에서는 잘 자라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를 산대추야자라고 하면 그 사람은 바보라는 소리였습니다. 성전에는 가장 좋은 과일만 바쳤는데, 미슈나 비쿠림 주석에 따르면 산대추야자는 제외되었습니다. 

 

 

무화과 

피그는 덜 익은 무화과라는 뜻의 히브리어 파가에서 유래합니다. 과학자들은 무화과의 원산지가 아라비아 반도라고 하지만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가 무화과 잎사귀로 맨몸을 가렸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성경 외에 무화과가 처음 등장한 것은 기원전 2700년경 이집트 문서입니다. 이집트는 성지에서 무화과 호두 꿀 석류 등을 수입해 갔습니다. 요세푸스는 시리아에서 작은 무화과인 코타나를 수입했다고 전합니다. 

 뽕나무과에 속하는 무화과는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한여름 추수기에는 날것을 먹었고 여행할 때는 말린 것을 먹었습니다. 무화과즙을 과자 만드는 데 넣기도 했습니다. 값싸고 영양이 풍부한 무화과 당은 원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1사무 30,12에도 다윗에게 사울 왕의 죽음을 알리러 온 아말렉 사람에게 말린 무화과 과자 한 조각과 건포도 두 뭉치를 주니 정신을 차렸다고 합니다. 섬유질을 제거한 무화과나 말린 무화과는 양념이나 약으로 쓰였습니다. 이사 38,21에는 악성 종기에 감염된 히즈키야 왕에게 찜질 약으로 무화과를 주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무화과즙은 피부암 치료에도 효과적입니다. 

무화과나무는 유난히 무화과 농사가 잘 되는 올리브 산에 있는 두 마을, 곧 벳파게 또는 베잇 파기와 베타니아 또는 베잇 테에나에 이름을 빌려주었습니다. 예수께서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잎사귀만 무성한 무화과나무를 저주한 곳은 베타니아 근처였습니다. 

 그러나 무화과는 대개 잎과 열매를 같이 달리기 때문에 그것은 평범한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잠언 27,18에 무화과나무를 돋보는 이는 그 열매를 먹고, 자기 주인을 보살피는 이는 존경을 받는다고 했듯이 무화과나무는 잘 가꾸어야 합니다. 들판에 있는 야생 무화과나무는 작은 관목에 지나지 않지만 물가에 심으면 키다 사방 4미터에서 12미터까지 자라 그늘을 드리웁니다. 

 

열매는 조심스레 다루어야 합니다. 좋은 수확을 내려면 말벌이 하듯 어린 무화과를 하나하나 뚫어주고 벌레가 먹지 못하도록 기름을 발라주어야 합니다. 보통 울타리를 치고 심는 과일나무와는 달리 무화과는 과수원 밖에도 심습니다. 나그네들이 따갈 수도 있기 때문에 지키지 않으면 하나도 거둘 수 없게 됩니다. 누구든 그것을 보게 되면 손에 잡히는 대로 삼켜 버리리라. 무화과는 익으면 금세 나빠지기에 때가 되면 새벽에라도 따야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히브리어로 거둬들이는 무화과를 오레라고 하는데, 이는 새벽빛이라는 뜻입니다. 

무화과나무는 맛있고 달콤한 열매와 즙을 냅니다. 우유를 응고시키려면 무화과즙을 넣어야했습니다. 현인들은 3년이 안 된 나무에서 열매를 따먹는 것을 금했고, 4년이 되어 딴 열매는 하느님께 감사예물로 바치라고 했습니다. 또한 이 기간 동안 과일즙은 내지 못하게 했지만 잎이나 가지에서 채취한 즙은 허락했습니다. 

 예레미야와 호세아 예언자는 환시로 무화과 바구니를 보았습니다. 민족의 엘리트를 상징하는 좋은 무화과는 바빌론으로 끌려가게 되고 치드키야 왕과 그의 신하들 사령관들, 예루살렘에 남은 자들은 나쁜 무화과로 상징했습니다. 

 

예수께서는 시대의 표징을 읽으라면서 무화과나무를 예로 듭니다. 너희는 무화과나무를 보고 그 비유를 깨달아라. 어느덧 가지가 부드러워지고 잎이 돋으면 여름이 가까이 온 줄 알게 됩니다. 이와 같이 너희도 이 모든 일을 보거든, 사람의 아들이 문 가까이 온 줄 알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