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시대의 포도

포도는 곡식과 달리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음식은 아닙니다. 그러나 인생과 마음을 즐겁게 하는 포도는 다양한 상징으로 활용되며 영양은 물론 사회나 문화 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식물학자들은 오늘날 성지에서 자라는 지중해 포도나무의 원산지는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있는 아르메니아 구릉지대로 봅니다. 고대 근동 여러 지역에서 포도나무를 경작했다는 증거는 기원전 3천 년쯤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후기 청동기 시대 이집트가 가나안을 지배하고 이스라엘이 자리 잡기 전에 가나안에서 양질의 포도주를 수입했을 것입니다. 

창세 9,20은 포도재배에 대해 말합니다. 홍수가 끝난 후 노아가 처음으로 심은 것은 포도나무였습니다. 노아는 포도주를 많이 마셔 고생한 최초의 인물로 소개됩니다. 이스라엘 땅은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 캘리포니아처럼 기후와 온도 조건이 포도재배에 잘 맞습니다. 

덜익은 포도는 알이 작고 맛이 십니다. 신 포도에 대해서는 에제 18,2와 예레 31,29-30에 나옵니다. 창세 49,11은 유다에 대해 그는 제 어린 나귀를 포도 줄기에, 새끼 나귀를 좋은 포도나무에 매고 포도주로 제 옷을 포도의 붉은 즙으로 제 겉옷을 빱니다라고 했습니다. 유다 지파가 자리 잡은 땅은 비옥했습니다. 

세례자 요한이 태어난 에인 카렘을 둘러싼 드넓은 구릉은 온통 포도밭이었습니다. 요한은 포도밭에 있는 샘이라는 뜻입니다. 성경은 포도를 거둘 때는 기쁨이 넘친다고 말합니다. 판관 9,27은 그들은 들에 나가 포도밭에서 즐겁게 노래하며 포도를 따서 밟은 다음, 자기들의 성전으로 가서 먹고 마셨다고 전합니다. 

이사 16,10은 모압이 황폐해지리라고 예고합니다. 쫓겨난 벤야민 사람들이 실로에서 처녀들을 납치해 간 것도 포도 수확과 연관된 축제기간에 일어났습니다. 풍년의 큰 기쁨은 하느님께 대한 감사로 표현됩니다. 풍부한 포도주는 이스라엘 자녀들이 하느님의 뜻을 잘 따랐다는 증거입니다. 포도주는 날마나 축제일에 그리고 특별서원을 채우기 위해 제단을 바치는 봉헌물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포도에서 포도주로 

고고학자들은 성지 구릉지대에서 덮개가 없는 포도 압착기 수백 개를 발견했습니다. 밖에서 일하면 햇빛을 이용할 수 있고 건물을 지을 필요가 없으며, 발효할 때 나는 냄새를 흩어지게 할 수 있습니다. 발로 포도를 밟아 부드럽게 짜야 기름과 씨와 타닌산을 함유한 껍질 안쪽 부분이 파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로마 시대에 비틀어 짜는 압착기가 등장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발로 밟아 짰습니다. 요셉의 꿈 풀이에서도 파라오의 컵에 손으로 포도를 짜 넣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포도를 밟는 것은 상징이었습니다. 시아 63,3은 나는 혼자서 확을 밟았다, 진노로 그들을 짓밟았습니다고 합니다. 성지에서는 키프로스와 로도스에서 포도주를 수입했습니다. 

 

성전 예배 때 사용하는 향도 키프로스 포도주로 만들었습니다. 샤론 평야에서 나는 포도주는 순했고, 카르멜 포도주와 트랜스 요르단의 암몬과 이탈리아 포도주는 강했습니다. 최근 벳사이다에서 로마 시대 포도주 제조업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포도주 저장고가 발굴되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양조업자의 이웃이 고객이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집에서는 로도스산 포도주 항아리가 발견되었습니다. 

 

포도주 제조 

포도주 제조에는 기본적으로 포도와 효모만 있으면 되는데 그 과정은 간단합니다. 효모는 포도 껍질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며 포도를 밟을 때 작용하여 포도당이 알콜로 변합니다. 발효하는 동안 탄산가스가 생겨 포도주에 해로운 산소를 표면으로 밀어냅니다. 그 결과 포도주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게 됩니다. 포도주 제조업자들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알코올을 식초로 변질시키는 산소와 오래오래 접촉하지 않고 탄산가스를 없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요세푸스는 송백나무의 송진을 넣으면 포도주가 끓어오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포도즙에 적당 기간 동안 공기를 쐬어 탄산가스를 빼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방법의 차이가 좋은 포도주와 덜 좋은 포도주를 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