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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성경시대의 식사 관습

성경에는 식사에 대한 언급이 많이 등장합니다. 스바 여왕과 그 수행원들은 왕의 식탁에 오른 음식을 보고 넋을 잃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가장 소박한 식사는 유다에서 온 하느님의 사람이 먹은 빵과 물입니다. 소박한 농부의 식사는 룻과 보아즈가 처음 만나 먹었던 볶은 밀과 포도 식초에 찍어 먹는 빵으로, 이런 음식은 손쉽게 밭으로 들고 나갈 수 있어 주로 농부들이 새참으로 먹었습니다. 인생의 중요한 날에는 잔치를 벌였습니다. 창세 21,8에서 아브라함은 이사악이 젖을 뗄 때, 라반은 야곱과 레아를 결혼시키며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카나의 혼인잔치도 있습니다. 

 

삼손의 결혼잔치에 대한 일화도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전통 혼례를 지낼 경우 결혼식 후 6일 동안 날마다 친구와 친지 가정을 돌며 잔치를 벌입니다. 

 

잔치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로 황금 송아지에 관한 것이 있습니다. 

잔치라는 말, 곧 마신다는 뜻의 어근에서 나온 히브리어 미슈테는 음주, 특히 포도주를 마시는 것이 잔치의 일부임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잠언 23,21과 후기 라삐 문헌은 폭음하지 말 것을 경고합니다. 

 

성경에서 가장 유명한 잔치 가운데 하나는 에스 1,7에 나옵니다. 금잔으로 술을 마시게 하였는데, 잔은 제각기 다른 모양이었다는 기록에서 그 잔치가 얼마나 성대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와스티 왕비가 고관 부인들을 위해 잔치를 베풀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잔치에는 남녀가 동석하지 않았습니다. 이사 5,12처럼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음악은 잔치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함께 빵을 나눔 

성경의 어떤 이야기들은 오늘날 우리의 일상과 비슷합니다. 음식을 대접하고 먹는 방식은 식탁에서뿐 아니라 여러 기회에 맺는 인간관계의 성격을 말해줍니다. 아브라함은 찾아온 천사들을 대접하려고 급히 서둘렀습니다. 이처럼 손님의 필요에 민첩하게 응한 행위는 그가 따뜻하게 환대하는 사람임을 기억하게 했습니다. 이사악은 아비멜렉이 화친을 청하자 화해의 표시로 큰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음식을 나누는 것은 화평을 이룬다는 표시입니다. 오늘날에도 사막의 베두인들에게 함께 음식을 나눈다는 것은 서로 보호해 준다는 뜻입니다. 

 

루카 10,8에서 보듯이 음식 접대는 환대를 드러냅니다. 누군가의 집에 손님이 있다는 것은 하느님이 선한 일을 하라고 주신 기회였습니다. 이것은 제2성전 파괴 후에 강조된 것으로, 당시 현인들은 백성에게 하느님을 예배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성전 제물을 대체할 만한 것을 찾아주려고 했습니다. 그들은 식탁에서 오래 식사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은 가난한 이가 오면 먹을 것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단식 

성경에 단식이 처음 언급된 것은 다윗이 하느님께 용서를 빌며 밧 세바가 낳은 맏아들의 생명을 구해 주십사 기도한 때였습니다. 민수 30,14에 언급되듯이 단식의 목적은 자기 부정과 고행이었습니다. 

 

참된 단식에는 회심이 따라야 합니다. 특정한 날이나 다가올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단식을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벨은 나봇을 재판하기 전에 단식을 선포했습니다. 단식은 원로들이 선포했지만, 정치 권력을 지닌 왕은 그들에게 압력을 가할수 있었습니다. 

 

전쟁 같은 재난이 닥쳤을 때도 공동체에 단식이 선포되었습니다. 성경에서 유일하게 고정된 단식일은 욤 키푸르, 곧 속죄의 날뿐이었으나, 첫 번째 성전 파괴 이후에는 지켜야 할 단식일이 늘어났습니다. 모세는 40일 동안 단식했고, 예수도 그랬습니다. 

 

에스테르는 수사의 유다인들에게 자신도 크세르크세스왕을 알현하기 전에 3일간 단식하며 기도할 테니 함께하라고 했습니다. 단식은 대부분 24시간으로 한정되어 있었으나 유다 4,13에서처럼 여러 날 단식하기도 했습니다. 안식일이나 축제일에는 단식을 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