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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이스라엘의 지혜와 지혜문학

예배에 대한 관점의 변화 

유배를 겪으면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종교는 더 이상 물질적이고 역사적인 지지 기반 곧 지역, 성전, 왕조에 얽매일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예레미야와 에제키엘 예언자의 가르침과 당시 상황의 영향으로 종교는 더 인격적이고 영성적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을 보는 관점의 변화 

유배를 겪으면서 이스라엘인은 자신들이 공동체의 일원일 때만이 아니라 개인으로서도 존재가치를 지니며 개인적인 선택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선택된 백성'이 아니라 '선택된 이들로 이룩된 백성'이 참된 이스라엘이라는 확신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율법이 성문화되고 지혜문학이 발전하기 시작 

유배 이후, 모세가 전해준 규범과 법규를 기록한 자료들이 본격적으로 수집되고 편집되어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오경이 공표되었습니다. 오경이 공표된 이후에는 거기에 아무것도 덧붙여지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율법을 설명하고 해석하는 또 다른 형태의 문학, 곧 지혜문학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예언자 시대가 지나고 지혜전승이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문학적 차원의 수집과 편집이 활발하게 되었습니다. 

 

지혜문학은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정착하기 전부터 이미 고대 근동에 널리 확산되어 있었으며, 유배 시기 이스라엘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혜문학이 추구하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 곧 지혜로서 체계적인 사고를 통해 얻는 지식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을 위한 실천적 이해와 앎이었습니다. 

 

지혜는 이스라엘에서 영적이고 사상적인 토대를 갖춘 종교 안으로 흡수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지혜를 하느님께 속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하느님만이 지혜를 완전히 소유하며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실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스라엘은 하느님이 행복과 번영과 안녕의 길로 제시해 주신 율법 안에 지혜를 담아 주셨다고 확신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스라엘에서 지혜는 율법과 역사에 대한 숙고에서 얻는 참된 앎으로 자리를 굳혔고, 세속적인 성격을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인간의 삶에 함께하시며, 당신 백성에게 규범과 법규를 주셨는데, 그 모든 것이 지혜의 길을 가리키는 모세의 율법 안에 망라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참된 지혜와 온갖 행복의 조건은 하느님을 경외함입니다. 또한 이 표현을 대신하여 두려워함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성경에서 이 말은 무서움이나 공포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경외홤 또는 두려워함이라는 말은 한없이 거룩하시고 선하시고 성실하시며 당신의 뜻을 반드시 이루시는 하느님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경배하는 미음과 태도를 가리킵니다. 
지혜문학 작품들은 다른 문학 유형의 작품들과 비교할 때, 하느님이 인간에게 요구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 줍니다. 또한 하느님이 인간에게 주신 기본적인 선물, 곧 어떤 것을 이해하고 가치를 판단하고 생각하고 반추할 수 있는 지성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사실 지성은 자연적인 것이든 초자연적인 것이든, 한시적인 것이든 영원한 것이든 구분할 필요 없이, 하느님이 주신 선물 가운데 가장 먼저 주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성이 없으면 하느님의 선물은 물론이고 그분의 뜻도 깨닫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혜문학 저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문제들 중 하나는 보상이라는 주제였습니다.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상선벌악 개념을 고수했으나 이런 보상의 논리에 어긋나는 체험을 자주 하게 되면서 딜레마에 빠집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지혜문학 저자들이 제시한 해답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주장은 보상에 대한 전통적 관점을 강조하면서 그와 반대되는 현실을 설명, 악인들의 성공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고 언젠가는 반드시 죗값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둘째 주장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그 의미를 더 정확히 파악하는 데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