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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제2 연평해전 한상국 상사 부인 김한나 영웅은 없었다 리뷰

2002년 NLL을 사수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한상국 상사의 부인 김한나 씨의 책이다. 

 

이 책을 읽기까지... 

 

사실 나는 해당 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몇 해 전 관련 영화가 개봉을 했었지만 그 당시에는 보지 못했고 솔직히 전쟁이란 것에 별 관심이 없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는 영화를 봤을 때 느꼈던 충격이 매우 컸기에 전쟁은 내게 너무도 무서워 가까이하고 싶지 않았던 것 중 하나였다. 또 한국전쟁 모자를 쓰고 과격한 시위를 하는 아저씨들을 당시에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어린 나의 눈에 그들의 분노는 무섭고 폭력적으로만 느껴졌다. 

 

그러다 어느날 유튜브를 보는데 한 젊은 여성분이 출연해 연평해전에 관한 인터뷰를 했다. 차분한 말로 조목조목 무엇이 잘못되었고 또 개선되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설명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 흩트럼 없는 모습이 가장 먼저 내 마음을 움직였다. 저렇게 엄청난 일을 겪고도 의연한 자세를 유지하는 김한나씨에게 관심이 생겼다. 

 

책을 읽으며... 

 

분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단 번에 읽어 내려갈 정도로 내용은 절절했고 현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다. 눈물이 멈추지 않고 계속 나왔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마다 투쟁의 연속이었고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욕설이 이어졌다. 하지만 김한나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같은 여성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느껴지는 가여움과 연민에 책을 읽는 내내 나 역시 엄청 힘들었다. 그렇게 수 많은 시간이 지났다. 김한나 씨는 이제 '미친년' 대신에 '선생님'으로 불려진다. 

 

살면서 누군가가 나의 억울한 점을 봐달라고 할 때, 귀 기울이기 보단 말 못하게 입 막고 손가락질하는 상황을 수 없이도 보아왔다. 그 메시지에 대해선 들어보지도 않고 말이다. 서글픈 일이다. 

 

연평해전이 있기 전 김한나씨는 이상한 일을 겪었다. 마치 예언 같은 그런 꿈. 마당에 있던 소나무가 말라죽었고 어금니가 빠지는 꿈을 꾸었다. 앞으로 펼쳐질 거대한 고통 앞에 인간은 본능적으로 그 불행의 조각을 엿보는 일을 경험한다. 

 

 

책 속 구절... 

 

당신 남편 찾으러 함정을 대거 투입했다가 북한을 자극하기라도 하면, 그러다 전쟁이라도 나면 당신이 책임질 거요? 
일개 중사의 아내가 왜 그렇게 나서느냐
왜 자꾸 지나간 일을 들추느냐, 추모라는 거룩한 명분을 가지고 돈이나 뜯어낸다.
김씨 아줌마 그만 나와! 

 

인간은 생각보다 훨씬 잔인하고 악하다. 나의 안락함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존재다. 그래서 시스템이 중요하고 선례가 중요하다 생각한다. 

 

여자라는 이유로, 낮은 계급의 중사 부인이라는 이유로, 특정 정당이 집권당이란 이유로 많은 차별을 겪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사람은 꼭 이루어내고야 말겠다는 목표가 있을 때 정말 강해진다. 여기에 분노까지 있다면 그 에너지를 치환해 불가능해 보이는 일까지 해낼 수 있다. 김한나 씨가 존경스럽다. 

 

그녀가 바라는 세상은... 

 

제복 입은 사람들이 대우받는 나라. 

나라를 위해 싸우다 전사했는 데 이런 취급을 받는다면 그 누가 애국심을 가질 수 있을까?라고 김한나 씨가 묻는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진영 논리로만 접근하려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연평해전, 천안한 사건을 세월호와 비교하며 유가족들을 비난하는 글들도 많이 보았다. 특정 사건을 정치적으로만 보지 않고 그 사건 자체로 봐 주는 날이 오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김한나씨가 이제는 행복했으면 좋겠다.